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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기대되는 2편, '위키드'가 던진 질문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2-16
[리뷰] 영화 <위키드>영화 <위키드>는 원작인 그레고리 머과이어(Gregory Maguire 1954~)의 소설 <위키드> 뮤지컬 무대에 올리며 인기를 끌면서 이를 다시 뮤지컬 영화로 만든 것이다. 머과이어는 이 소설이 파시즘과 인식의 틀로 인해 촉발되는 편견에 대한 비판을 담아 놓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화 속에서도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또한 누가 파시즘을 대변하고 누가 이에 저항하는지 대한 분석하는 작업은 작품의 주제와도 긴밀하게 연결이 된다.

부와 미모 그리고 인기까지 겸비한 글린다(초반 이름은 갈린다)와 녹색 피부로 태어나 늘상 놀림감이 되어 왔던 외톨이 엘파바는 극명히 대조되는 캐릭터다. 그렇게 상극의 두 인물 모두 쉬즈 대학에서 만나게 된다. 엘파바는 그녀가 가진 마법의 힘 덕으로 교장 마담 모리블의 개인 레슨을 받게 되고 교장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던 갈린다는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한 공간에 묶여 버린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소녀들은 역시나 서로에 대한 감정을 '혐오'라고 정의 내리며 본격적 갈등과 마찰에 돌입한다. 가까워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던 두 인물이 반전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무도회를 통해서다. 글린다는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고 일종의 골칫거리인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구닥다리 검은 모자를 그럴싸한 말로 엘파바에게 처분한다. 파티에 옷이 없어서 못 온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건넨 것이다.

그걸 받아 든 엘파바는 진짜 그 검고 뾰족한 원뿔 모자를 쓰고 댄스 파티에 나타난다.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고 있던 글린다는 자신이 준 소품 때문에 주목을 받은 엘파마를 목격한다. 가뜩이나 기이한 의상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던 터였는데 엘파마는 그에 한 술 더 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동작들을 해 더 큰 웃음거리가 된다.

그런데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다가가 그가 하는 기이한 춤사위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태도를 바꿔 그들의 동작을 따라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한 명의 인기 있는 인물의 행동에 따라 몽유병에 걸린 채 뭔가에 홀린 듯 무비판적으로 끌려가는 대중의 속성을 관전하게 된다. 대중이 한 개인을 얼마나 쉽게 매장해버리는지 그리고 또 그랬던 그들이 줏대 없이 얼마나 쉽게 입장을 바꿔버리는지에 대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

 영화 <위키드>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무도회에서 글린다가 보여준 정의감과 인자함은 엘파바와 우정을 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새침하고 인기에 연연하는 깍쟁이 일것만 같던 글린다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입체적 성격의 인물이었다 할지라도 엘파바와 동반자로서 인생의 길을 함께 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각자가 지닌 조건의 대비처럼 불의에 대한 대응 방식마저 상반됐기 때문이다.

학교가 동물들을 탄압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데 있어서 글란다는 침묵하고 엘파바는 분노한다. 이에 더 나아가 엘파바는 이러한 학교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고자 한다. 그의 마법의 힘이라면 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즈의 마법사로부터 엘파바에게 초대장이 날아온다. 그렇게 그녀는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된다. 이 때 마중 나온 글린다는 얼결에 그 기차에 따라 타게 된다.

그러나 엘파바의 생각처럼 오즈의 마법사는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줄만한 마법의 능력을 지니고 있기 않았다. 마법을 잃은 오즈의 마법사는 거짓말로 에메랄드 시티를 통제하고 있었고 엘파바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그녀를 끌어들인 것이었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이러한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의 실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두 소녀는 부조리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달랐다.

글린다는 부패한 기득권과 손을 잡는 반면 이들을 용납할 수 없었던 엘파바는 그들과 맞선다. 마치 글린다가 '인기(Popular)'를 부르며 엘파바에게 인기와 성공의 비결을 전수한 데에 반해 엘파바는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를 통해 자신을 가둬두려는 사람들에게 맞서 싸울 의지를 불태우며 글린다에게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엘파바는 둘이 힘을 합친다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라며 글린다를 설득을 해보지만 글린다는 그저 엘파바의 행복을 빌어주며 에메랄드 시티에 남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두 친구는 서로 다른 노선을 걷게 된다.

불의에 대한 엘파바의 분노

 영화 <위키드>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불의에 대한 엘파마의 분노는 정의로 받아들여지기 보단 '악'으로 간주되고 그렇게 이용당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을 위해 나서는 것은 지배층에 대한 정면 도발이자 대항으로 받아들인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엘파바를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 이와 같이 파시스트 정권은 권력 유지를 위해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고 그들에 대한 공포심을 조성해 피지배층을 가스라이팅하는 방식으로 힘을 강화시킨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지게 되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강력한 지도자를 향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는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이 스노볼을 그리고 '1984'에서 내부당원들이 골드스타인을 증오의 대상로 만들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오즈의 마법사 역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적절한 적을 주는 것이다."며 엘파바를 악의 표적으로 공표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유명한 사회운동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voir 1908~1986)는 자신의 저서 '제 2의 성'을 통해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들은 그렇게 태어난다기 보다는 그런 방식으로 사회화되는 것이란 뜻이다. 영화 속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의 사고가 흐른다. 영화 도입부에 글린다는 서사를 시작하면서 "사람은 악하게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악함이 강요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영화는 엘파바가 마녀가 된 이유는 그녀가 마녀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층에 의해 마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엘파바는 여기에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그 누구도 자신을 끌어내릴 수 없다는 각오로 그들과 당당하게 맞선다. 지배층의 모함을 받아 악인이라는 올가미를 덮어 쓰게 됐지만 이에 대해 억울해 하며 이를 해명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소수의 약자를 위해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녀로서 가장 약한 자를 돕고 가장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길에 선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쉽게 판단하기도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꿰뚫고자 하는 노력을 하기 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 즉 프레임을 작동시켜 선과 악을 정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선과 악을 규정해 버린다면 이에 대한 판가름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들을 버리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선상에서 제대로 된 시야를 갖도록 노력해야한다. 특히 권력자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세계를 한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불의에 반대하며 침묵하는 대신 강력하게 저항하는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위키드>를 제작한 존 추 감독 역시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일어선다는 이유만으로 이 여성이 사악하다고 지역 사회에 가스라이팅하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어떻게 정치인이 될 수 있겠나?"라고 언급해 이 영화가 갖는 정치적 함의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미디어가 가지는 사회적 기능을 그저 '정치 비판 혹은 경계'에 국한시키지 않았다. 엘파바가 오즈의 마법사는 사회가 지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것처럼 그저 희생양에 그치고 말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실천적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엘파마처럼 힘 있는 자들의 지시에 복종하지 말고 자립적이고도 인간 회복적인 방향으로 날아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엘파마의 활약상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내년 11월에 개봉하는 <위키드> 파트 2의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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