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들이 티켓 박스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 사진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극장이 다시 북적일 수 있을까. 대통령 탄핵 가결이 이뤄지면서 영화계가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연말 국내·외 영화가 쏟아지며 붐을 기대했지만, 대통령이 ‘12.3 계엄령’을 선포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개봉하는 ‘하얼빈’이 흥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가에 대한 화두가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하얼빈’이 탄핵 바람을 타고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을 끈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가 내뱉는 대사는 벌써부터 누리꾼들로부터 화제다.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고 대사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를 한 일제 권력자의 말임에도,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현 시국과 맞물려 곱씹을 만한 구석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혹한 시기마다 힘을 내며 국난을 극복해 온 우리나라를 빗댄 대사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개봉을 일주일 앞둔 영화는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얼빈’과 흥행은 송혜교 주연 ‘검은 수녀들’(1월 24일) 흥행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화 ‘하얼빈’ 광고가 걸려있는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사진 | 원성윤 기자 socool@sportsseoul.com
배급사 한 관계자는 “12월 초보다 12월 말 ‘하얼빈’부터 내년 설 시즌 ‘검은 수녀들’까지 굵직한 작품들이 출격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며 “특히 리더십에 대한 화두를 던질 것으로 기대되는 ‘하얼빈’이 포문을 어떻게 여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계는 하반기가 특히 어렵다. ‘베테랑’이 750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하면 흥행한 영화가 전무하다 시피하다.
영화관입장통합전산망 집계에서 국내·외 영화 관객은 약1200만 관객(7월, 한 달 기준)을 찍은 뒤 620만명(10월)까지 반토막이 났다. ‘모아나2’ ‘소방관’ 등 대작이 쏟아진 덕분에 지난 15일까지 550만명(12월)을 기록했다. 이달 말 가까스로 1000만 관객을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탄핵 정국’이라는 변수가 다시 발목을 잡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아쉬움이 크다. 11월 27일 개봉한 ‘모아나2’가 15일까지 274만 관객을 동원했고, 4일 개봉한 ‘소방관’도 이번주 2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주연 곽도원 음주 운전과 곽경택 감독 동생 곽규택 의원이 탄핵에 불참하면서 발생한 불매 운동 등 악재가 겹쳤지만, 실화 영화의 우직한 힘으로 난관을 돌파하고 있다.
반면 송강호의 ‘1승’(4일 개봉·28만) 김윤석의 ‘대가족’(11일 개봉·18만) 모두 스코어가 좋지 않다. 향후 정국과 맞물려 영화 흥행도 결정될 모양새라 영화계 관계자들은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영화 ‘하얼빈’. 사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검은 수녀들’. 사진 |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