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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떠한 포맷이라도 상관없다’, 신우석 감독 인터뷰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2-17


- 신세계 공식 인스타그램을 해킹한 산타클로스 컨셉으로 프로젝트를 예고해 화제가 됐다. 단편영화와 오프라인 미디어파사드, 인스타그램을 연계한 광고를 한 셈인데 어떤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몇년 전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등장인물의 유튜브 계정을 만든 경험이 있었다.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과 더불어 프로모션의 확장 측면에서도 큰 기능을 하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산타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관에 몰입시킬 수 있는 빌드업이 필요했고 산타클로스라는 캐릭터가 신세계 공식 인스타그램을 해킹해 운영한다는 컨셉을 떠올렸다. 다행히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지는 산타클로스의 파격적인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주요 매체인 미디어파사드와 유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기를 원했고 이것이 반드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 돌고래유괴단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삼은 광고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고 제작사에 크리스마스 시즌 광고는 상징성이 크다. 오래전부터 아이디어가 있었나.

해외에서 제작된 홀리데이 캠페인들을 사람들이 광고나 콘텐츠로 소비하며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모두가 이를 즐기는데 그에 걸맞은 필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 필름이 관객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주어진 주제나 소재는 무엇이었나. 지금의 시나리오로 디벨롭된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을 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파사드에 상영되는 3D애니메이션과 연계될 수 있는 무언가라는 아웃라인이 있었을 뿐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세계백화점 파사드였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이 곳은 한국의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기존의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에 더해 개성적인 크리스마스 스토리가 담긴 필름이 상영된다면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극장이 아닌 거리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으로 작품을 상영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특별한 경험이다.

- 기존 광고에서 보였던 위트와 유머는 여전하지만, 그 너머로 따뜻하면서도 먹먹한 정서를 많이 녹여낸 인상이다. 숏필름 형식을 차용하면서 이런 구상이 가능해진 것인지 궁금하다.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은 숏필름이라기보다는 뮤직비디오와 영화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혼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름의 정체성을 정해두고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게는 기존 형식에서 자유로운 광고일 뿐이다. 그런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작품의 정서들이 뒤섞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반부는 위트와 유머로 끌어가지만, 후반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영화와 광고,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이런 괴작을 만들게 한 것은 아닐까.

- 오프닝 시퀀스부터 과감히 크리스마스의 대명사 격인 산타클로스를 퇴장시킨다. 산타가 아닌 루돌프에 초점을 맞춘 이번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모두 루돌프의 존재에는 익숙하지만 우리는 루돌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루돌프라는 캐릭터 그리고 루돌프와 산타클로스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본 적 없는 신선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의 진행을 위해 산타의 이른 퇴장은 불가피했다. 본편을 보고나면 모두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극을 이끌 루돌프이자 새로운 산타의 주인공으로 에스파의 카리나를 낙점했다. 모델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거나 이를 뒤집는 방식의 연출이 잦았던 만큼, 이번 모델 카리나로부터 어떤 이미지를 발견했나.

이번 프로젝트 제안을 받자마자 처음 떠올렸던 것은 트럭에 치여 도로 위를 구르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접근과 플롯을 중요시하는 내게 산타클로스의 교통사고는 모두에게 본 적 없는 흥미로운 발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혼수상태에 빠진 산타를 찾아와 임무를 대신할 여자 캐릭터를 떠올렸다. 전통적인 산타 대신 선물을 전달하는 의문의 캐릭터. 캐스팅 전에 가지고 있던 인상은 이것뿐이었다. 하지만 카리나를 주연으로 확정하고 나서 버스 정류장에 광고로 내걸린 그녀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사슴처럼 목이 길더라. 그 순간, 의문의 캐릭터는 루돌프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추어지듯 순식간에 스토리가 완성되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카리나의 스타일링이 무척 인상적인데 의상과 헤어를 지금과 같은 느낌으로 결정한 배경은.

친근하고 자비로운 산타클로스의 대척점에 서서 시크하고 거침없는 산타가 되었으면 했다. 새로운 산타라고 해서 기존의 산타를 답습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더 멀어지기를 원했다. 그래서 레더코트 등의 블랙 컬러를 베이스로 레드 컬러를 포인트로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크리스마스가 가진 이미지보다 캐릭터의 성격과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 대사 있는 연기가 처음인 카리나, 아역배우, 외국인 배우 등이 나오는 작품을 단 3회차 만에 찍어야 했다. 그리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연기가 한 작품 안에 잘 어우러져야 했다. 출연자들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 어떤 원칙이 있었나. 더불어 평소 연기 디렉션은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면 차라리 연기를 아예 배우지 않은 배우를 더 선호한다. 카리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에 오히려 좋다고,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어설프게 만들어진 표현보다는 실제 감정을 가지고 가만히 서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에게 캐릭터가 처한 감정과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노력했다. 직접적인 지시보다는 해당 신이 가지는 의미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 감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이야기였기에, 현장에서 카리나의 얼굴 클로즈업 장면마다 세세하게 디렉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얼굴에 녹여내는 연기 연출을 위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궁금하다.

가장 중요한 신이 있다.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 신에서 그녀의 표정과 대사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구조다. 솔직히 경험이 많은 배우라도 표현하기 힘든 연기였다. 그는 연기를 해보거나 배운 적이 없던 터라 그 장면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아역배우에게 설명하듯 처음부터 차근차근 상황을 설정해주었는데,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정말 인상 깊었다. 빈말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분명하다.

- 산타의 역할을 대신한 루돌프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종교, 국가, 신분, 나이 등을 불문하고 다양한 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한다. 그녀가 만나는 인물과 공간을 어떤 기준으로 구상하게 되었는가.

거지 출신인 내가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자연스레 가난한 자들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가더라. 보통의 홀리데이 시즌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하고 풍족한 크리스마스보다 더 현실적인 크리스마스 광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크리스마스에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홀로 보내야만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찾아온다.

- 선물 배달 이후 루돌프가 지켜보는 회전목마 미니어처나 산타를 보겠다는 일념하에 소년이 엉성하게 쌓은 장난감 요새 등도 현장에서 눈이 간 요소였다. 프로덕션디자인 측면에선 어떤 방식으로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그려내려 했는가.

시나리오 특성상 세계 곳곳에 선물을 주러 다니는 산타를 표현해야 했으나 예산과 일정 때문에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세트 촬영을 좋아하지 않아서 로케이션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래서 연출팀과 제작팀, 미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회전목마 미니어처는 그냥 미술팀이 준비한 거다. 솔직히 나는 아무 주문도 하지 않았다. 그냥 현장에 있길래 찍었다.

- 메인 촬영 카메라는 어떤 기종이었나. 이를 선택한 이유는.

알렉사35에 애너모픽렌즈를 사용했다. 김지성 촬영감독님의 제안이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애너모픽렌즈를 선호하는 편이다. 덕분에 이번 시나리오와 잘 어울리는 비주얼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작품은 굉장히 와이드한 파사드로 상영하기 때문에 애너모픽렌즈가 나름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문이나 굴뚝 대신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경찰차의 추격을 따돌리고 과속으로 썰매를 모는 등, 주요 캐릭터가 루돌프/산타클로스라고는 믿기지 않는 액션신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벽면에 숨거나,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에선 첩보물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라는 주제 안에 다양한 장르를 혼합하려는 시도였나.

미리 공개되는 티저 그리고 본편의 초반부에서 보여지는 정서와 장르가 후반부에 이르러 판이하게 달라졌으면 했다. 이는 언제든 이탈하기 쉬운 유튜브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감독으로서도 이러한 조합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 장르의 혼합이 어떤 결과를 내게 될지 나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 사실 이 정도 분량과 CG 작업이 투입된 단편영화를 일반적인 영화 현장에서 찍는다면 촬영 회차도 훨씬 길어질 것이다. 광고 현장과 단편영화의 프로덕션상 차이는 무엇인가. 혹은 의외로 비슷하게 가는 부분이 있다면.

정말이지 미친 속도로 찍어야 한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특히 우리가 제작하는 광고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러닝타임 대비 찍어야만 할 신의 수가 훨씬 많다. 그래서 항상 시간에 쫓겨 최선의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비교적 빠르게 작품의 완성을 볼 수 있고, 그에 따른 성패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 피드백이 감독으로 성장하는 데 큰 경험이 되는 것 같다.

-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연출한 광고였던 캐논의 ‘문 래빗’도 떠올랐다. 이번 광고와 톤 앤드 매너가 유사한 작품처럼 보였는데 앞으로도 따스한 유머가 담긴 광고나 작품을 연출할 계획이 있는가.

앞으로 계획된 프로젝트 중에는 없다. 완전히 다른 톤의 작품이 될 것 같다. 항상 그 목적성에 맞추어 무기를 꺼내놓는 편이라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 단편영화부터 뮤직비디오, 광고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구분짓기가 무의미한 시대다. 매체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 앞으로 콘텐츠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 같은가. 그리고 돌고래유괴단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우리가 광고를 제작하다가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에는 영역의 확장이라는 생각과 개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젠 영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려진 것 같다. 우리가 어디에서도 잘해낼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산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는 시대의 흐름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돌고래유괴단의 미래를 그려보면, 어딘가에 정착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그게 어디가 될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해나갈 뿐이다.

- 향후 준비 중인 차기작은.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 같은 건 항상 없다. 어차피 무언가를 하나 터뜨리면 상황은 예측이 무색하게 변화한다.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하려고 한다. 물론 영화도 준비하고 있고, 팀에서 함께할 OTT 시리즈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게 어떠한 포맷이라도 크게 상관없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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