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지난 11일 개봉된 영화 <서브스턴스>는 정말 놀라운 영화이다. 일단 데미 무어의 용감함에 놀라고, 마가렛 퀄리의 대담함에 놀라고,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공격성에 놀라게 된다. 영화는 남성적 시선의 욕망을 다루는 듯하지만 결국은 젊음에 맞서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담고 있다.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면, 다시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황금빛 별을 수놓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오스카 수상자로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배우이다. 지금은 TV 아침 방송에서 타이트한 옷으로 에어로빅을 펼치고 있다. 영광은 사라지고, 몸매만 TV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하지만 더 젊고 더 핫한 여배우를 찾는 방송사 중역은 엘리자베스를 해고한다. 이렇게 세상에서, TV에서 버림받은 왕년의 인기스타 여배우가 절망의 끝에서 선택한 것은 정체불명의 묘약이었다. ‘서브스턴스’는 그녀에게 놀라운 신체적 변화를 가져다준다. 등에서, 척수를 따라 피부가 둘로 갈라지더니 또 다른 육신이 배태된다. 엄청나게 젊고, 매력적이고, 탄탄한 몸매의 수(마거릿 퀄리)가 탄생한 것이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이제 둘이면서 하나인 기이한 공생을 하게 된다. ‘1주일’의 시한으로. 생을 이어간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늙어가는 몸매를 애달파하며, 생생하고 넘치는 젊음의 수가 세상에 활개 치는 것을 지켜본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달려간다. 젊고 싶은 대체욕망과 완전한 삶을 추구하는 2인1각의 놀음은 극단적 ‘해피 뉴 호러’ 쇼가 되어버린다.
데미 무어와 관련된 가십은 그녀가 엄청남 성형수술 중독자라는 것이다. 물론 타블로이드에서 전하는 뉴스이다. 이 영화에서는 50살 생일에 해고당한다. 하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데미 무어의 몸매는 건강하고, 탄탄하고, 빛난다.(데미 무어는 올해 62세이다) 식단, 운동, 피부 관리 등으로 유지된 몸매에 할리우드 최첨단 CG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파클’의 몸에서 나온 또 다른 자아 ‘수’는 오리지널이 탐낼 만큼 황홀한 몸매를 가졌다. 둘만의 비밀을 지키기에는 서로의 욕망과 야망이 너무 크다. 하나를 죽여야만, 그렇지만 죽일 수 없는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들은 제어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젊음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안타까움도 잠시, 결국 영화는 여성의 몸매에 탐닉하는, 성적 매력에 집착하는 모든 시청자에게 폭포수 같은 피의 세례 극을 펼치게 된다. 이 장면은 과하다. 그런데 과할수록, 객석의 욕망의 무게감이 더한다.
영화를 보면 많은 할리우드 장르영화들이 콜라리 파르쟈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존 카펜터(더 씽), 데이비드 린치(엘리펀트), 폴 버호벤, 마이클 하네케 등. 장면 장면에서 피터 잭슨의 아마츄어 시절의 <데드 얼라이브>에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광기가 느껴진다. 물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일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장편인 콜라리 파르쟈 감독은 장르영화의 자양분을 알뜰히 섭취한 것 같다. 인터뷰를 보니 <올드보이>와 <악마를 보았다>도 언급한다. 스타일은 복제, 재생산, 확대되는 모양이다.
참,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의 듀엣 쇼에 휘발유를 끼얹는 방송사 중역 데니스 퀘이드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와 함께 나오는 배 나온 징그러운 중년 남성들은 클리세 덩어리이다. 그런 올드보이가 만드는 콘텐츠라니. 그 TV의 미래도 그다지 밝아보이진 않는다.
77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서브스턴스'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마가렛 퀄리),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감독: 코랄리 파르쟈 ▶출연::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봉:2024년12월11일/청소년관람불가/141분
[사진=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