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전여빈 / 사진=CJ ENM공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스러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비린내 가득한 독립운동 한가운데 뛰어들었다. 또 다른 여자 미카엘라는 한 소년을 지키기 위해 두렵지만 경건하게 악령과 맞닥뜨렸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두 여자에게는 공통된 것이 있다.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인간의 거룩함은 바로 이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마음에 감동하고, 이타심을 배운다. 거룩한 이 두 여자는 곧 개봉할 영화 속 인물이다. 바로 배우 전여빈이 연기한 '하얼빈'의 공부인과 '검은 수녀들'의 미카엘라 수녀다.
전여빈이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수호자로 뜨겁게 숨을 몰아쉰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하얼빈'(감독 우민호)과 내년 1월 24일 개봉하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을 통해 연이어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전여빈은 지난 16일 '검은 수녀들' 제작보고회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하얼빈', '검은 수녀들' 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비슷하다. 나를 넘어서 내 앞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2024년을 마무리하는 연말과 2025년에 도약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영화."
맑고 깨끗한 인상에 묘한 분위기를 지닌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2018)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정형화되지 않은 오묘한 연기는 작품마다 특색을 불어넣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는 활약상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그가 연말연시 두 대작에서 독립군과 수녀를 연기하며 다시 한번 기대할 수밖에 없는 활약을 보여준다.
먼저 공개되되는 '하얼빈'에서 그는 기품과 강단을 지닌 독립군 공부인을 연기한다. '하얼빈'은 1909년을 배경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전여빈은 이 작품에서 현빈, 박정민, 조우진, 박훈, 유재명, 이동욱 등 쟁쟁한 남자 배우들 사이서 여자 독립군으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여빈은 지난달 있었던 '하얼빈' 제작보고회에서 "첫 촬영을 몽골에서 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 서 있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 존재로서의 성찰을 배우들과 함께 나눴다"라며 "공부인은 차갑지만 뜨거운, 헤어 나올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절제된 동작이지만 무한한 마음이 샘솟아 난 캐릭터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들의 사료를 모아 재창조한 인물이다. 감독님이 '겉으로는 단아하지만 내면의 힘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해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존재를 성찰하고, 무한한 마음을 실어넣은 전여빈의 '하얼빈' 속 공부인은 어떨지 기대를 모은다.
'검은 수녀들'에서는 정신의학과 전공의인 미카엘라 수녀를 연기한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여빈이 분한 미카엘라 수녀는 거침없는 유니아(송혜교) 수녀에게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고통받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인물이다.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은 캐릭터로, 전여빈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전여빈과 호흡한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 제작보고회에서 "전여빈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나의 구세주다. 유니엘라 수녀가 없었으면 유니아 수녀는 뭐든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2015)의 속편이기도 한 '검은 수녀들'은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차별화된 설정과 두 여자 주인공(송혜교, 전여빈)의 케미스트리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흥미로운 두 작품에서 활약하는 전여빈의 모습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신뢰로 벌써부터 높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독립군과 수녀, 그리고 지키고자 하는 분투로 연말연시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여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