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방관’ 캐릭터포스터.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이 각종 악재 속에서도 흥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연인 곽도원의 음주운전,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 국민의 힘 곽규택 의원의 리스크가 덮쳤지만, 여봐란 듯 누적관객수 200만명을 향해 나아간다. 업계에서는 배급을 맡은 바이럴마케팅 전문업체 바이포엠스튜디오를 주목하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소방관’은 전날 8만60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관객수 184만4944명으로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영화 ‘소방관’에 출연한 배우 곽도원.한파보다 더 싸늘한 극장가 불황속에서도 ‘소방관’이 보여주는 흥행 행보에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소방관’을 둘러싼 여러 리스크로 인해 흥행이 어려울 거란 당초 예상을 깼기 때문이다.
2020년 크랭크업한 ‘소방관’은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한 팬데믹 사태로 2년여 시간을 흘려보냈고, 2022년엔 주연인 곽도원이 음주운전으로 2년여를 더 묶여있었다. 그 사이 배급사가 또 바뀌면서 작품의 개봉 여부를 제대로 점치기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바이포엠스튜디오가 새로운 배급사로 나서면서 ‘소방관’은 올 12월 개봉을 확정하게 됐다.
개봉 이후엔 관객들의 티켓 수익금으로 2025년 완공되는 국립소방병원에 기부하는 ‘119원 기부 챌린지’를 이어가며 흥행 예열을 시작했다. 이 전략은 타겟층인 2030세대에 주효해, ‘관람=기부’라는 공식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왼쪽)과 동생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사진 스포츠경향DB·국민의힘 홈페이지그러나 ‘산 넘어 산’ 또 하나의 리스크가 닥쳤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하면서 정국은 공황에 빠졌고, 4일 국회의원들의 만장일치로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이어지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로 전국이 들끓을 때였다.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인 국민의 힘 곽규택 의원이 지난 7일 부결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회장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에 곽경택 감독이 과거 곽 의원의 선거운동에 나섰던 사진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면서 비난 강도가 강해졌다.
곽 감독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직접 적은 편지를 보도자료로 보내며 진심을 전하고자 했다. 곽 감독은 “최근 저의 가족 구성원 중 막내인 곽규택 국민의 힘 의원이 당론에 따라 탄핵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인해 영화 ‘소방관’까지 비난의 대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 또한 단체로 투표조차 참여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에게 크게 실망하고 분노한 건 마찬가지”라며 “솔직히 저는 대한민국에 대혼란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창피를 준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탄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소신을 내비쳤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의 한 장면.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정치적 혼돈의 시기를 모든 국민들이 힘을 모아 함께 슬기롭게 헤쳐 나왔고 2024년 말의 이 어려운 시기 또한 잘 극복할 거라고 믿는다”며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내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나 책으로 마음대로 표현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프레임으로 씌울 수 있는 리스크였지만 ‘소방관’의 관객 추이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강력한 경쟁작인 ‘모아나2’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소방관’업계에서는 ‘소방관’의 행보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극장 개봉 영화의 흥행이 팬데민 이전과 다르게 형성되고,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는 상황에서 ‘소방관’의 흥행 열기는 흥미롭다. 특히 지금처럼 연말 분위기보다는 시국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관객들이 줄지 않고 더 늘어나는 추세이지 않나”라며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명확하지만, 또한 반대로 단점도 강력한 상황이었다. 영화의 흥행은 한가지 요소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한 부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극장 관람 영화 선택이 까다로운 20대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구하였는지는 분석하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질문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바이럴 마케팅에 고수로 알려진 바이포엠스튜디오에서 본격적인 배급은 초기 단계인 터라, 어떻게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혹한 속 극장가를 뚫었는지 궁금증을 표했다. 지난 4월엔 일본 영화 ‘남은 인생 10년’을 재개봉시키며 48만 명을 동원, 지난해 개봉 때보다 무려 2배나 많은 관객을 모아 기존 마케팅 방식과 다른 이들만의 방법이 있을 거라 점쳐져왔다. 더불어 ‘소방관’은 바이포엠의 본격적인 상업영화 배급의 분수령인 의미가 있어 이번 성적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항간엔 그들의 마케팅 작전은 굉장히 극비에 부쳐지고 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소방관’ 측은 ‘스포츠경향’에 바이포엠스튜디오 뿐만 아니라 홍보마케팅사 총괄과 함께 일궈낸 결과라며 “적절한 타이밍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선한 영향력을 알린 ‘119 기부 챌린지’ 효과, 진정성과 진심이 대중에게 통한 것 같다. 그 시너지 효과가 바이럴이랑 결합해서 잘된 것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또한 “곽경택 감독도 정말 열린 마음으로 다 들어주고, 이해해줬다”고 덧붙였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