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성제 감독이 영화 '보고타: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으로 10여 년 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김성제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보고타'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31일 개봉을 앞둔 '보고타'는 1997년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소수의견'(2015)에서 디테일한 연출로 현실감과 법정물의 장르적 매력을 복합적으로 보여줬던 김성제 감독은 10여 년 만의 컴백작인 '보고타'로 리얼함이 넘치는 범죄 드라마를 완성했다.
보편적인 감정의 희노애락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김 감독은 실제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콜롬비아 보고타 로케이션을 통해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그는 "처음에는 막연했다"고 입을 뗐다.
"제안을 받았을 때 보고타를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얘길 했다"며 실제 보고타에서 2년 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제작사 대표를 취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제작사 대표와 교환 학생 시절 만났다가 현지에 계속 살게 된 한인들까지 발걸음을 넓히며 하나하나 이야기의 틀을 완성해나갔다.
극 중 국희의 아버지 근태(김종수)는 가족들과 보고타로 떠나기로 결정하며 보고타를 '미국에 가기 전 거쳐가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김 감독은 "미국이 아닌 것에 오히려 끌렸다"며 "많은 사람이 이민을 가지만 그 나라가 보통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곳이지 사실 콜롬비아에 일부러 이민을 가려고 하는 경우는 많이 없지 않겠나"라고 얘기했다. 또 "영화 속에 인물들이 갖는 결핍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 '동경하지 않는 도시'로 가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생각을 말했다.
김 감독은 "이민이라는 것이 어떤 정체성 안에서는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생경한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갔는데 결국은 서울에 살 때보다 훨씬 더 작은 공동체 안에 갇혀 있는 느낌들이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고타에 직접 가보니 더욱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그 배경을 잘 살려보자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국희와 수영 모두에게 보고타는 '기회의 땅'이 됐고, 아무 것도 기댈 데 없는 국희라는 10대 소년이 30대가 되기까지 악착같이 성공하려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변화이자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가 '보고타'로 완성됐다.
김 감독은 "너무 일찍 어른이 돼 버린 청년을 바라봤을 때의 동질감을 같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촬영 중단 등 우여곡절 과정 끝 소중한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 남다른 마음도 밝혔다.
김 감독은 "'소수의견'이 개봉하고 1년 정도 후에 '보고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1년에는 끝난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더라"고 돌아봤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한국 영화 '하얼빈'을 빗대 언급하면서는 "'하얼빈'의 예고편을 걷는데 얼음 위를 걸어가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이 제 마음 같았다. 가슴이 살얼음장 같다"고 떨리는 마음을 거듭 드러냈다. (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