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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라이트>에서 비춰오는 푸른 빛이 디즈니랜드에서 산산이, <무파사: 라이온 킹>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2-25


심바는 왕 무파사의 아들이기에 왕위를 계승하여 프라이드 랜드의 군주가 된다. 이 절대적 혈통주의는 <라이온 킹>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심 골자이자 정신이다. 그렇다면 무파사는 누구의 자식이며,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 <무파사: 라이온 킹>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귀한 혈통을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새끼 사자 무파사(브랜든 랭킨스/에런 피어)는 비극적인 대홍수로 부모를 잃는다. 급류를 따라 낯선 땅으로 떠밀려온 무파사를 발견한 타카(켈빈 해리슨 주니어/테오 소모루)는 ‘피로 맺어진 이들만이 진정한 가족이다’라고 믿는 아버지이자 왕, 오바시(레니 제임스)의 반대에도 무파사를 친형제처럼 받아들인다. 청년기에 접어든 두 사자는 어느 날 키로스(마스 미켈센)가 이끄는 세력의 공격을 받아 어머니 에셰(탄디웨 뉴턴)를 잃을 뻔한다. 종족 말살의 위협을 느낀 오바시는 혈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외아들 타카에게 무파사를 호위무사로 삼아 떠날 것을 명령한다. 무파사는 어릴 적 부모와 함께 꿈꾸던 유토피아, ‘멜리리’로 가야 하는 운명을 직감한다. 길 위에서 새로운 동행자들을 합류시키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무파사를 보며, 타카의 마음에는 의심과 질투의 어둠이 서서히 번져간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심바의 딸 키아라가 할아버지 무파사의 일대기를 듣고 따라가는 액자식 구성에, 원전의 빌런인 ‘스카’의 전사 등 조부 세대를 수놓은 경쟁, 균열,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를 채워넣었다. 1994년 셀애니메이션의 프리퀄이자 자연스럽게 2019년 라이브 액션의 프리퀄로 기능하기도 하는 신작의 연출자는 베리 젱킨스 감독이다. <문라이트>(2016)와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2018)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삶과 감정을 고배율로 포착해온 그는 전작 <라이온 킹>(2019)의 약점으로 꼽힌 부분들을 착실하게 AS한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동물들의 감정 표현이 미숙했다는 지적에 이번에는 스노리캠(몸에 부착된 카메라로 움직이는 인물을 고정하고 주변 배경은 흔들리게 찍는 기법)으로 클로즈업숏을 과감하게 인용하는 등 애니메이션적인 표정 연기를 극대화한 것이 그 예시다.

수컷들의 강력한 가부장 의지로 굴러가는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서사는 젱킨스 특유의 남성성 비평과 맞물리며 미세한 변주를 이룬다. 특히 무파사와 타카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고결하며 암컷을 쟁취한 자’(알파메일)와 ‘그렇지 않은 자’(베타메일)의 대비이며, 각자의 생존 전략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멀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문제는 이미 신화가 된 서사에 변주를 더하는 작업이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30년 동안 심바가 진정한 왕으로 군림해온 이유가 그저 무파사의 아들이기 때문이라는 보수적인 내러티브를 뒤집으려면, 보다 정교한 선악의 전복과 운명의 재해석이 필요했다. 서사의 혁신은 부재한 채 ‘진짜 같음’을 향한 욕망만이 첨단의 첨단을 갱신하는 모양새에도, <겨울왕국>의 아렌델, <엘리멘탈>의 엘리멘탈 시티 등 디즈니 계열사 영화에서 보았던 충격적인 비주얼의 수준에 <무파사: 라이온 킹>의 멜리리는 조금도 가닿지 못한다.

남지우 객원기자

close-up

포토리얼리스틱 CG가 5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논하는 것은 특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의 영역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코원숭이 라피키(존 카니)가 설산을 뒹구는 장면은 우리가 분명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보송보송한 눈 속에서 라피키의 털이 흩날리다 뭉쳐지는 이 짧은 순간에 디지털 질감의 궁극적 표현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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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감독 배리 젱킨스, 2016

무파사는 물과 수영에 약하다. 홍수 속에서 고아가 되었고 수영을 잘 하지 못해 여러 번 위기를 겪는다. 배리 젱킨스는 소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과 대면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전작 <문라이트>에서 빈민가의 흑인 소년은 생에 처음으로 바다에 몸을 띄우고 수영을 배우며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새롭게 갱신한다. <무파사>가 그리는 자연에서 가장 눈부신 빛을 내뿜는 공간은 언제나 물이 흐르는 곳이다. 이는 <문라이트>에서 비춰오는 푸른 빛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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