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하얼빈\'. 제공|CJ ENM[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1909년 10월 26일, 만주의 하얼빈 역에서 30살의 안중근 의사가 일제 식민지배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이날의 거사가 현빈과 우민호의 만남으로 스크린에 다시 담겼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이다.
묵직하고도 대범한 영화다. 안중근도, 영웅도 아닌 '하얼빈'이란 제목에 첫 차별점이 있다. '하얼빈'은 안중근이란 거대한 캐릭터로 중심을 잡고, 역사적 사실로 뼈대를 만들어, 이토 히로부미 처단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그 곳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살을 채웠다. 긴박한 아는맛 액션물이 아닌 서서히 조여가는 첩보물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목숨을 건 동지이면서도 서로를 의지할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끊임없이 갈등하며 고뇌한다.
뼈가 시려오는 듯한 도시의 황량함도 영화의 정서가 됐다. 매캐한 연기 속에 치열한 논쟁과 고뇌가 이어질 때도, 그 곳을 그저 바라보듯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 모두를 비춘다. 광활한 대지의 점 하나가 되어 얼음과 모래의 벌판을 가로지르는 여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끝에 점점 분명해지는 하나가 있으니, 그들의 굳은 '결의'다.
▲ 영화 '하얼빈' 스틸. 제공|CJ ENM▲ 영화 '하얼빈' 스틸. 제공|CJ ENM6개월에 걸쳐 몽골, 라트비아, 한국을 오가며 완성한 장엄한 풍광은 그 '결의'를 형상화한다. 영화 40도의 강추위에 쩍쩍 갈라진 홉스골 호수,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몽골 사막의 풍광에선 감탄이 나온다. 영상미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스펙터클이다. 여기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오리지널 스코어들이 더해져 정서와 메시지를 곱씹게 만든다. ARRI ALEXA 65 카메라로 전 시퀀스를 촬영, IMAX만이 채울 수 있는 스크린 비로 만들어진 첫 한국영화라는 설명이다.
검증된 배우군단은 충실히 제 몫을 해낸다. 박정민 조우진 박훈 전여빈 유재명 그리고 이동욱에 이르기까지, 형형한 눈빛으로 그 시대를 살아낸 인물들을 그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으로 잘 알려진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가 이토 히로부미로 분했는데, 단순한 악역으로 묘사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현빈은 그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최근 '공조' 시리즈와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대중 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던 그는 안중근이란 역사적 위인의 인간적 면모와 굳은 결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하얼빈'의 메시지는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을 마주한 지금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라는 마지막 현빈의 내레이션은 100여년 전과 2024년의 연말을 관통하며 현재와 공명한다. ('하얼빈'은 12.3 계엄사태 전날 이미 심의를 완료했다.)
12월 24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