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스 카락스 에세이 영화·알리체 로르바케르 단편 묶어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 속 한 장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프랑스의 거장 레오스 카락스는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개성이 뚜렷한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
스물넷이란 젊은 나이에 내놓은 데뷔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로 시작해 '나쁜 피'(1987), '퐁네프의 연인들'(1991), '홀리모터스'(2012), '아네트'(2021) 등 기이한 서스펜스가 가득한 작품을 잇달아 내놨다.
이탈리아의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 역시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영화로 차세대 거장으로 떠올랐다.
'더 원더스'(2011), '행복한 라짜로'(2018), '키메라'(2023)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두 개성파 감독이 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로 만났다. 로르바케르가 연출한 단편 '알레고리'와 카락스가 메가폰을 잡은 에세이 영화 '잇츠 낫 미'를 합친 작품이다. 카락스 감독은 두 영화에서 배우로도 출연한다.
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 속 한 장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총 러닝타임이 1시간에 불과하지만, 감각을 깨우는 강렬한 이미지의 향연에 눈이 즐겁다.
20분 분량인 '알레고리'의 주인공은 무용수인 엄마를 따라 오디션 장소에 온 일곱 살배기다. 카락스 감독에게서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들은 그가 파리를 배회하는 동안 자기 그림자에서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2D 만화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촬영 기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가 도시 곳곳의 이면을 벗겨내는 모습을 마치 벽지를 뜯어내는 것처럼 연출했다.
어린아이의 입으로 듣는 "인간은 혼자 힘으로 자유를 얻을 수 없다", "모두가 속박에서 벗어나 동굴의 출구를 바라보았으면 어땠을까" 같은 철학적인 말은 생경하면서도 순수한 말투로 인해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 속 한 장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잇츠 낫 미'에서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 작품에는 스토리랄 게 없다. 카락스 감독이 40년 영화 인생을 돌아보는 자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그의 전작처럼 평범함을 거부한다. 카락스 감독의 내레이션과 스크린에 띄워지는 문구는 한눈에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나쁜 피', '홀리모터스', '아네트' 등의 콜라주도 이어지는데, 쉽사리 맥락을 짚기 힘들 수 있다.
그러나 구태여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관객은 그저 40분간 카락스 감독의 세계에 빠져 이미지와 이야기를 느끼면 된다. 카락스 감독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12월 18일 개봉. 62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알레고리, 잇츠 낫 미'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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