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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희원 감독, 배우출신 감독수업 ‘강풀유니버스’ (디즈니플러스 ‘조명가게’)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2-26
김희원 감독

베테랑 연기자 김희원이 <조명가게>로 감독 데뷔를 했다. “물리적으로 연출이 백 배 힘들더라. 스트레스도 많고. 쉬는 날이 없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디즈니플러스 최고의 크리에이터로 부상한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를 연출한 김희원 감독을 만나 연기자의 시선을 뛰어넘어 연출자의 감각으로 본 강풀 월드에 대해 들어보았다.

“욕만 안 들으면 괜찮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원작이 있으면 괜히 안 좋게 보시는 분이 있으니까. 선입견도 있고. 다행히 별로 욕이 없는 것 같다. 제 기준에서는.”이라며 안도한다.

Q. <조명가게>를 연출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
▶김희원 감독: “단편을 연출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사람 모으는 과정에서 갑자기 장편을 연출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큰 걸 해도 되나 싶었다. 단편은 하다가 망해도 내 돈으로 하는 것이잠. <조명가게>를 하게 된 것은 요즘 이런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았다. 다들 액션이라든지 큰 걸 하려고 하니. 사실, 삶과 죽음의 정신세계를 다루는 것이라 어려웠다. 하지만 재밌겠더라.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이야기라서.”

Q. 강풀 작가가 김희원 감독을 감독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강풀 작품의 연관 관계, 유니버스를 잘 이해하는가.
▶김희원 감독: “사실 모른다. <브릿지>나 <어게인>은 모른다. 연출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이걸 제의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냥 ‘연기를 잘 해서요’라고 하더라. 생각해 보니 <무빙> 찍을 때의 인연인 것 같다. <무빙> 출연자는 다 초능력자이다. 나는 초능력도 없는데 싸운다. 나를 집어 던졌는데 죽어야하는데 안 죽더라. 이상했다. 아이(학생)들을 지키려면 목숨 걸고 싸워야한다. 그런데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아이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해도 그러는 것이 정당성, 개연성이 없는 것 같았다.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최일환 선생이 자기 존재감을 잃을 때 싸울만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야 아이를 위해 싸울 수가 있는 것이다. 작가가 그것에 설득이 되어 수정을 했다. 흔쾌히 고쳐주었다. 아마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작가가 내게 한 워딩은 그냥 ‘연기를 너무 잘해서요’였다.”

Q. 원작에서 바뀐 부분이 있다.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김희원 감독: “작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고쳤다. 세계관에 대해서. 단어의 뉘앙스도 확실히 했다. 무섭다거나 슬프다는 것에 대한 뉘앙스를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논의했다. 내가 연기자 출신이라서 배우들은 ‘이런 연기 못 한다’면서 이렇게 바꿔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없던 이야기도 집어넣은 게 있다. ‘3일장’ 관련한 이야기라든지, 세계관을 확실히 했다. 죽은 사람일 경우 여기선 보이고 저기선 안 보이는 것, 코마인 상태의 사람끼리만 볼 수 있는 것 등.”

Q. ‘사후세계’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김희원 감독: “사후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니. 대본에는 ‘임사체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사후에 뭘 봤는지 우리는 모르죠. 작가의 의도이다.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이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 말에 집중했다. 사후세계나 우리가 사는 현실이나 비슷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비슷해 보이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꼬는 게 필요하다. ‘인 듯 아닌 듯’. 그런 사후세계를 생각했다. 교실에서 이야기 나누는 학생들의 경우도 반전을 주기 위해 일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Q. 4화에서는 장례, 염습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조명가게

▶김희원 감독: “원래는 더 길었다. 글로벌 OTT라서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장례문화를 다 보여 주고 싶었다. 등장하는 악귀도 한국적 악귀 모습이다. 그 장면 찍을 때 전문가 모셔서 처음부터 전 과정을 다 찍었다. 편집에서 많이 잘랐다.”

Q. 혜원(김선화)이 현주(신은수)와 우산을 쓰고 걸어갈 때 키가 쑥쑥 자라는 공포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원작에도 있는 장면인데 이 장면의 의도는 무엇인지. 강풀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김희원 감독: “연기할 때 대본을 보며 해석을 많이 한다. 선해(김민하)와 혜원(김선화)의 대사 중에 선해가 사랑을 떳떳하게 나누자는 마음인데 반해 혜원은 조금 위축되어 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에 ‘내가 항상 너 앞에서 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신을 찍기도 했는데 편집에서 잘렸다.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호러적인 물체가 그냥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이 싫어서 나름대로 그런 해석을 집어넣었다.”

Q. 선혜와 해원의 구두가 빨간색인 이유가 있는지.
▶김희원 감독: “큰 의미는 없다. 그 둘이 흑백 화면일 때 특정되는 색깔이 필요했다. 파랑으로 할까 빨강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빨강색으로 고른 것이다.”

Q. 공개 첫 날에 특이하게 1화에서 4화까지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이유가 있을 듯하다.
▶김희원 감독: “4화까지 대본 보면서 저도 힘들었다. 1부를 볼 때 재밌게 넘어가야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초반에 회차 별로 장르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다. 1화는 서스펜스로, 2화는 약간 호러식으로. 3화는 처음으로 활극이 나온다. 4화는 반전으로 진행된다. 촬영도 이에 맞췄다. 1화는 스태디 카메라를 거의 안 움직인다. 2화는 스태디 카메라를 무빙하며, 3화는 핸드 헬드로, 4화는 섞어서 찍었다.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서였다. 헷갈리는 부분은 놔 둘 것이냐 더 많은 설명을 할 것이냐 고민했다. 결국은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참고 보시라 였다.”

Q. 4화 마지막 병동 신은 명장면이다. 어떻게 찍은 것인가.
▶김희원 감독: “그 장면은 세트를 부셔가며 찍어야 카메라 동선이 나온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미리 카메라 동선을 정하고, 찍고 나서는 세트 어디를 부서야 하는지 점검했다. 세트 만들어서는 두 시간 정도 스태프가 움직임을 연습했다. 음악도 맞추면서. 네 번 정도 합을 맞추면서 롱테이크로 완성했다.”

Q. 제작발표회 때 연출을 하면서 겸손해졌다고 말한 것은 어떤 뜻인가.
▶김희원 감독: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감독이 아무리 많은 작품을 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현장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다들 너무나 훌륭한 생각을 한다. 콘텐츠는 대중을 향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진짜 종합예술이다. 작가는 쓰고, 연출은 해석하고, 스태프와 배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만들어낸다. 홍보에서는 그걸 효과적으로 알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제작비를 쓴다. 여기 기자들은 그것에 대한 의견을 내고, 마침내 관객들은 보고 느낀다. 이 영역에서는 저보다 뛰어난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 분 아니면 안 되는구나를 실감한다.”

조명가게

Q. 배우들의 연기변신이 돋보인다. 연기 디렉션은 어떤 식으로 줬는지.
▶김희원 감독: “배우들의 연기변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다든지, 립스틱을 짙게 바른다든지 하는 것이 변신이 아닐 것이다. 배우 자신에게 편하면서도,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연기변신일 것이다. 난데없이 어떤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주지훈은 그 동안 화면을 통해 너무 많이 움직이더라. 그래서 이번엔 안 움직이는 상태에서 감정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현은 그동안 소리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사할 때 음을 떨어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의 감정표현을 담고 싶었다.” (배우들에게 디테일하게 연기를 지시하나?) “그건 오해이다. ㈜지훈이한테는 ‘최대한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안 돼’ 이정도만 말한 것이다. 이정은-서은수 모녀가 우는 장면에서는 이정은 배우에게는 ‘무조건 전구를 줘야 해’라고 했고, 은수에게는 ‘무조건 받지 말아야 해’라고 마침 게임하듯이 연기를 펼쳐야한다고 했다. 그 상태에서 배우들이 맘대로 한 것이다. 설현에게도 같은 방식이었다. 물론 감독이 그렇게 주문한다고 해서 그렇게 안 된다. 배우는 로봇이 아니니까. 최대한 정형화된 모습이 캐릭터에 맞도록 연기 주문을 했다.”

Q. 감독이 원하는 것에 대해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방식이 있을 것일 텐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김희원 감독: “방해되는 부분이 있다. 배우가 욕심을 내야하는데 안 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욕심내면 아니나 다를까 감독이 하지 말라고 하더라. 물론 넘어갈 때도 있다. 발견하지 못하고.” (연출 생각이 없는 배우들도 그렇게 연기하는 경우가 있더라) “배우들이 하는 모든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게 맞든 틀리든 시도해 보는 것이다. 10년, 20년, 30년 지나면 그게 쌓여서 참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강풀 작가의 대본의 특징이 있다면?
▶김희원 감독: “정서의 흐름이 좋다. 모든 부분에서 정서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중요했다. 액션을 하든, 초능력을 펼치든 정서를 꼭 넣으려고 한다. 그걸 안 놓치려고 하는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Q. 음악 이야기를 해 보자. 우선 버스 충돌 장면에서 나오는 그 음악은 어떻게 들어간 것인가.
▶김희원 감독: “후반 작업할 때 음악감독과 붙어있었다. 버스 사고 장면에서 무슨 노래가 좋을까. 기존 가요나 팝송을 많이 붙여봤다. 이 노래는 언젠가 히트한 것 같은데 처음 듣는 것 같은 느낌의 곡을 부탁했다. 일상에서 사고가 났으니 그런 느낌의 곡을 원했다. 대본에는 없지만 라디오 방송에 스토리를 다 넣자고 했다. ‘비 오는 나에 듣는 좋은 노래’ 같이. 믹싱하면서 새로 작곡을 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조명도 좋았다. 가사로 사고에 맞게 새로 쓴 것이다. 물론 가사 작업할 때 같이 참여했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좀 촌스러운데’ 하고 말해 주면 고치고 그랬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그 노래가 참 묘하다. 신나는 것 같은데 슬프고, 슬픈데 또 신난다. 우리 드라마는 묘한 드라마이니 이 곡으로 하자고 했다.”

Q. 극단 출신이다. 연극 연출의 꿈은?
▶김희원 감독: “예전에는 연극 연출도 했었다. 연극 무대로 좋은데 시간적 제약이 있다. 연극을 하게 되면 6개월이든 1년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제가 그 시간만큼 나이를 먹는 것이라 신중해지더라.”

Q. 제작발표회 때 강풀 작가는 <무빙>과 <조명가게>의 공통점은 2018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같을 뿐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 쿠키 영상에도 나오는데, 세계관 연결에 대한 주의점이 있는가. 그런 것에 대해 작가와 논의했는지.
▶김희원 감독: “사실, 저는 그런 것 전혀 몰랐다. 2018년을 강조한 것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그 골목길이 현실인 듯 아닌 듯 해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 오래되면 판타지일 것이고, 지금 신도시라면 이런 뉘앙스가 안 나오니까. 그래서 가장 중간이 되는 2018년을 생각했다. 세트도 다 그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조명가게

Q. 이번 작품에서 직접 연기를 한다면 어떤 역할이 탐나는가.
▶김희원 감독: “주지훈 배우가 한 원영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Q. 감독으로서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은? 작가와의 소통은?
▶김희원 감독: “상상을 아무리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속상하고 스트레스 받게 된다. 배우와 스태프와 소통을 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눈치를 보게 되더라. 내일 나가면 세트는 안전하겠지. 이렇게 걱정이 되더라.”
“작가와 의견 차이가 많았는데 자주 만나 대화를 많이 나눴다. 새벽 두 시에도 만나고, 낮에도 만나고. 귀찮을 정도로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물론 프리 프로덕션하는 동안에 그랬다. 현장에서 의견이 갈리면 안 된다. 정해진 시간 내에 찍어야하니까. 1부에서 8부의 모든 신을 콘티로 만들어서 내가 작가 앞에서 연기로 보여줬다. 콘티대로 하는데 정신없었다.”

Q. 현민(엄태구)과 지영(김설현)의 경우, 마지막 장면을 보면 설현이 매달린다. 마지막 표정이 애틋하지 않다. 사람 사는 게 다 예쁘고 따뜻하지는 않다.
▶김희원 감독: “그렇다. 그 장면에서의 대사 고민을 많이 했다. ‘슬퍼요’, ‘보고 싶어요’, ‘그가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살짝 아름다운 듯한 마무리를 택했다. 원래는 ‘화나요’가 있었다. 그 대사를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게 현실일 수 있다. 현민과 지영이 가장 현실적일 수도 있으니.”

Q. 준비하던 단편은 어떤 내용인가. 공개할 수 있는지.
▶김희원 감독: “준비하던 단편은 호러이다. 소통이 안 되어 무섭게 보이는 내용이다. 귀신하고 대화하고 싶은데. 대화를 못하잖은가. 모를 때가 제일 무섭다. 그런 소통에 관한 내용이다.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다가 멈춘 것이다.” (소통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내가 술을 못 마신다. 사람 만나서 수다도 떠는 것 좋아한다.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는 게 재밌더라.”

Q. 만약에 감독과 연기자가 동시에 제의 들어온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김희원 감독: “그럼 재밌는 것을 고를 것이다. 차기 연출작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무빙2>도 제의 들어오면 해야죠. 그런데 작가 말로는 기존 것과는 다른 거라고 하더라.“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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