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파사: 라이온 킹' 스틸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같은 씨앗이라도 어떤 토양에 심어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다른 꽃을 피우듯, 인간도 자라난 환경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무파사: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 명작 ‘라이온 킹’(1994)의 두 번째 실사 영화이자 프리퀄 영화다. 영화는 원작에서 악당으로 그려진 심바의 삼촌이 어떻게 ‘스카’라는 이름을 얻게 됐는지, 왜 무파사는 훌륭한 왕이 되고 스카는 나쁜 길을 가게 됐는지 보여준다.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존 카니)가 무파사의 손녀이자 심바의 딸인 키아라(블루 아이비 카터)에게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 무파사(에런 피어)는 실수로 계곡에 빠져 정처없이 떠내려가고, 부모와 헤어져 낯선 땅에 도착한다. 무파사를 물에서 건져낸 건 훗날 스카가 되는 타카(켈빈 해리슨 주니어)다.
아버지 오바시를 이어 왕이 될 준비를 하던 타카는 무파사와 친형제처럼 지낸다. 하지만 오바시는 무파사에게 “떠돌이는 가족이 될 수 없다”며 암사자 무리와 함께 지낼 것을 명령한다. 왕의 혈통을 물려받은 건 타카지만 모두가 떠돌이 사자라고 손가락질당하던 무파사를 따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라비(티파니 분)조차 무파사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된 타카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음모를 꾸민다.
영화를 연출한 배리 젠킨스 감독은 19일 국내 언론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위대한 리더란 무엇인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는 어떤 리더인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세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던진다”면서 “원작 애니에서 무파사는 선, 스카는 악으로 단순히 그려졌다면 이번에는 선악구도를 진화시키고 관계 등에 복잡성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무파사와 타카가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데는 주변의 영향이 크다. 타카는 아버지로부터 “왕이라면 다른 존재들 위에, 필요하다면 기만해서라도 군림해야 한다”고 배운다. 사냥, 달리기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을 앞선 무파사와 비교 당하며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
반면 무파사는 자신을 친아들처럼 품어주는 타카의 어머니 에쉐(탠디 뉴턴)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 에쉐는 무파사에게 “생명의 순환 속에서 모든 존재는 하나이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가르친다. 원숭이 라피키는 무파사에게서 지도자의 자질을 발견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다.
‘무파사: 라이온 킹’을 연출한 배리 젠킨스 감독젠킨스 감독은 “태어난 기질과 양육 방식의 차이가 인생을 달라지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파사가 아버지, 타카가 어머니의 양육을 받았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떠오르기도 한다. 주인공 가족이 최하층 아닌 특권층이었다면, 그들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회적 지위나 환경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작 실사 영화에서는 동물들의 감정 표현이 애니메이션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것 등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젠킨스 감독은 “최첨단 영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늘 보기 때문에 ‘인간의 얼굴 중에 어느 부위가 어떻게 움직이면 어떤 표현이다’라는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하지만 동물에 대해선 정보가 없었다”며 “전작을 만들면서 기술과 데이터를 많이 구축했고, 이번에 그걸 기반으로 발전시켰다. 카메라가 마치 사람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방식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