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 사진 I CJ ENM“한류 스타여서 안중근이 부담스러웠냐고요? 전혀요. 그런건 개의치 않았어요. 단지 그 분(안중근 장군)의 무게감을 제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인지가 두려웠을 뿐...”배우 현빈(42)의 처절한 스크린 귀환이다.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이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고귀한 영혼’ 안중근을 조명한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을 통해서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오롯이 안중근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빈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존재감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만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처음엔 거절했다”며 “시나리오를 다시 보면서 여러 감정이 생기더라. 볼 때마다 조금씩 글이 변화됐는데 계속 좋아지더라. 감독님의 그 치열함이 놀라웠고, 이렇게 좋은 인물을 연기할 기회가 다신 없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굉장히 큰 기회고 영광이라고 생각이 들어 다시금 감독님께 하겠다고 했고, 제안에 감사함을 표했다”고 말했다.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촬영 내내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극심한 부담감을 끝까지 떨쳐 낼 수 없었고, 여전히 그 압박감이 상당해요. (웃음) 촬영 당시엔 로케이션의 힘을, 분장의 힘을 빌렸고, 동료들의 기운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 악물로 달려들었던 것 같아요.”
현빈은 “안중근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지금까지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분”이라며 “무엇을 상상한들, 감히 내가 그분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고, 끝까지 닿진 못한 것 같다. 꿈에서라도 한 번 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나오진 않으셨다. 여전히 조금이나마 닿고 싶고, 닿지 못해도 이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사진 I CJ ENM1908년 함경북도 신아산에서 안중근(현빈 분)이 이끄는 독립군들은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만국공법에 따라 전쟁포로인 일본인들을 풀어주지만, 이 사건으로 역습을 당하게 되고, 독립군 사이에서는 안중근의 리더십을 의심하며 균열이 생긴다.
1년 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안중근을 비롯해 우덕순(박정민), 김상현(조우진), 공부인(전여빈), 최재형(유재명), 이창섭(이동욱) 등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마음을 함께하는 이들이 다시 모인다.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가 러시아와 협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접한 안중근과 독립군들은 하얼빈으로 향하고, 내부에서 새어 나간 이들의 작전 내용을 입수한 일본군들의 추격도 벌어진다. 하얼빈을 향한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기 위해 또 한 번 목숨을 바친다.
영화는 몽골-라트비아-한국 글로벌 3개국 로케이션으로 스케일을 키웠다. 특히 오프닝을 장식하는 전쟁 시퀀스는 압도적이다. 장군 안중근의 면모가 역동감 있게 다가오는 한편, 인간 안중근의 고뇌까지 다룬다.
“안중근 선생님을 연기하면서, 주어진 역사를 공부하고, 어떤 상황에서 내리신 결단들을 살펴보고, 또 상상하면서,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틀린 건 또 아니기에 여러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배우들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현빈은 “정말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단한 배우들이 아닌가. 우리 독립군 동료들 뿐만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해준 릴리 프랭키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도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것에 감사함을 표했고, 나 또한 일본에서 이 영화로 무대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훌륭한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고,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특별 출연한 배우 이동욱에 대해서는 “위트가 넘치면서도 에너지가 굉장히 좋았다. 시나리오에 없던 우리 두 사람의 장면이 현장에서 추가되기도 했는데 이 작품에서 내가 좋아하는 신 중 하나”라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편안했다. 목숨을 건 과정을 함께 하고 있는 동지와의 덤덤한 대화들이 가슴 속 깊이 박히더라.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은 동료”라고 애정을 보였다.
현빈 “항상 큰 힘 되는 ♥손예진....친구 혹은 엄한 아빠? 좋은 부모되고자 고민중” 배우 현빈. 사진 I CJ ENM현빈은 전날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 출연했다. 동료 배우이자 아내인 손예진과의 러브스토리를 비롯해 2세 이야기까지 들려줘 화제를 모았다.
현빈과 손예진은 영화 ‘협상’으로 첫 인연을 맺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진한 멜로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가 끝난 뒤 연인으로 발전해 부부의 연을 맺었고, 건강한 아들을 품에 안았다.
현빈은 “아무래도 아내도 동료이다 보니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고 있는 게 많다. 그래서인지 소소한 격려의 말, ‘수고했다’는 인사들도 묵직한 힘이 있다. 항상 큰 위안을 주는 존재”라고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자신을 ‘평범한 아빠’라며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만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깊다.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또 달라졌으니까. 아들과의 관계는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친구 같은 아빠와 엄한 아빠 사이에서 굉장히 고뇌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아들이 생겨나니 다음 세대에 우리가 물려줄 세상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의미가 깊은 것 같다. 게다가 시국이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러가지로 우리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맞닿은 지점이 큰 것 같다. 계속해서 우리가 나가야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원한 한 방을 노리는 영화는 아니에요. 난세 속 독립군들의 고된 여정을 보여주고자 했고, 마지막에 외치는 ‘까레아 우라!’란 대사가 안중근의 얼굴보다 더 강렬하게 귀에 남기를 바랐어요. 관객 분들에게도, 나중에 언젠가 볼 우리 아이에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