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조현철 감독은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현철 감독. 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05/[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작은 과정 하나하나가 모여 소중한 결과물이 탄생했다. 바로 배우 겸 감독 조현철(37)의 첫 장편 영화 '너와 나'의 이야기다.
조현철은 지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 조석봉 역을 맡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던 바 있다. 그런 그가 1년 후 장편 연출 데뷔작인 '너와 나'를 연출하며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로,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았다. 조현철은 아름답고 애틋한 스토리와 독보적인 감수성, 작품을 통해 사려 깊은 애도를 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지난달 29일 개최된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선 각본상과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차기 충무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얼굴로 주목받게 됐다. 특히 신인감독상 부문은 역대 청룡영화상 심사 최초로 4차 투표까지 진행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은 "감독 조현철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너와 나'는 조현철만이 할 수 있는 느낌의 영화다. 마치 한국의 이와이 슌지 감독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극찬을 보냈다.
조현철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조현철 감독은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현철 감독. 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05/수상 후 약 일주일 만에 스포츠조선을 찾은 조현철은 "청룡영화상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어렸을 때 함께 활동했던 배우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까 기분도 좋고 신기했다. 상 받고 하루 이틀 정도는 기쁨을 만끽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지인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예진 학생 어머니도 TV로 생중계를 보시고, 축하 연락을 주셨다"며 "'너와 나'는 참 따스한 영화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인상 깊었던 축하 연락으로는 '영원한 청룡 여신' 김혜수가 보낸 메시지를 꼽았다. 조현철은 김혜수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혜수 선배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잘 봤다고, 멋있었다고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현철 감독이 박정민에게 트로피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조현철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11.29/무엇보다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부문은 조현철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자 영화적 동지인 박정민이 시상자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시상 당시 박정민은 조현철의 이름을 기쁜 마음으로 호명하며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조현철은 "각본상을 받았기 때문에, 속으로 '신인감독상은 아니겠지'하고 기대를 안 했다. 근데 이렇게 청룡에서 상을 받게 되다니, 나 조차도 신기하다. 나를 호명해 준 정민이에게 고맙고, '너와 나'를 함께 만들어주신 스태프들을 비롯해 PD님, 매니저님까지 진심으로 감사하다. 원래 타인에게 신경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도 가슴 벅찬 마음이 들었다. 영화가 무사히 완성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꼭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또 '차이나타운', 'D.P.'로 기회를 열어주신 한준희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다"고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영화 '너와 나' 비하인드 스틸. 사진 제공=㈜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주변 동료들 역시 조현철이 가진 연출자로서의 재능과 노력을 치켜세우며 찬사를 보냈다. 조현철은 최근 열린 영화 '보고타:마지막 기회의 땅' 제작보고회에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수상 축하를 받았다. 조현철이 "'너와 나' 시나리오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썼는데,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이희준은 "배우들끼리 촬영 끝나고 항상 술 마시고 놀 때 조현철은 방에서 안 나오고, 늘 글을 썼다"고 감탄을 표했다. 송중기는 "'너와 나'가 아직 극장에 걸려 있다"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기도 했다.
조현철은 작품 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개봉까지 7년 정도 준비했고, 시나리오는 최종 8고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과 함께 온전히 쏟았던 영화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조현철은 "실제로 아픔을 겪으신 당사자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PD님, 스태프들과 회의를 많이 했고, 혼자서도 깊게 고민을 해봤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을 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하은이라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계속 말을 거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다. 세미가 와서 하은이에게 안기는 것처럼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따뜻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개봉 이후에 유가족 분들과 인연을 맺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조현철 감독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조현철 감독은 제4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현철 감독. 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2.05/마지막으로 차기작 연출 계획을 묻자, 조현철은 "연기 활동을 병행하면서 몇 년 동안 너무 달렸다. 일을 하면서 제대로 쉰 적이 없어서, 요즘에는 쉬어가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JTBC 드라마 '구경이' 시나리오를 쓴 성초이 작가팀과 함께 제작사 '단초'를 차렸는데, 나는 바지 사장이다(웃음). 박정민도 출판사 바지 사장 아닌가. 열심히 쉰 다음 좋은 이야기를 쓸 준비가 됐을 때 무게감을 갖고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