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무파사 : 라이온 킹’은 원작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충실한 프리퀄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오늘 개봉 ‘무파사 : 라이온 킹’
심바 아빠 ‘무파사’의 과거 서사
역경 딛고 왕 거듭나는 과정 그려
섬세한 감정선·역동적 액션신 등
전작 단점 보완한 영상미 돋보여‘라이온 킹’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어린 시절을 다룬 ‘무파사 : 라이온 킹’(18일 개봉)은 역대 최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원작을 충실히 계승하되 “건조한 다큐멘터리”란 혹평을 들었던 실사 영화 ‘라이온 킹’(2019)의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동물 캐릭터들의 표정은 보다 다양해졌고, 액션은 애니메이션에 버금갈 만큼 역동적이다.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고 사파리를 체험하는 듯하다.
원작의 이야기를 재탕했던 2019년 버전과 달리 둘도 없는 형제였던 무파사와 스카가 숙적이 된 과거사를 풀어놓았다. 원작의 주제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을 강조하는 한편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거듭나는 것”이란 메시지를 통해 세계관을 연결·확장했다.
무파사는 대홍수로 부모와 떨어지게 된 뒤, 낯선 땅에서 또래 타카를 만난다. 떠돌이로 설움을 겪지만, 왕위 계승자 타카는 그를 형제로 대하고, 무파사는 타카 어머니에게 사냥하는 법을 배우며 훌륭히 자란다. 주변을 차례로 정복하던 백사자 키로스 일당이 이들을 습격하고, 무파사는 타카와 도망친다. 키로스의 추적을 피하는 동시에 어머니를 찾기 위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향하던 중 암사자 사라비와 예지 능력이 있는 맨드릴(얼굴 색이 화려한 원숭이) 라피키 등 일생의 동반자들을 만난다. 무파사는 역경의 여정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진정한 왕으로 성장한다.
‘라이온 킹’의 심바가 어린 시절 죄책감을 극복하고 왕으로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면, ‘무파사’는 부모를 잃은 떠돌이 무파사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며 진정한 왕으로 추대받는 과정을 다룬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이지만, 중요한 변수가 있다. 훗날 스카로 불리게 된 타카의 존재다. 원래 왕의 혈통을 가졌던 타카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뒷걸음치고, 이는 용맹을 발휘하며 전진하는 무파사와 대비된다. 열등감에 시달리던 타카는 자신이 흠모하던 사라비마저 무파사와 이어지자 분노를 폭발하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엄마 찾아 삼만리식 신파, 또래 사이 미묘한 질투, 권력을 둘러싼 파워 게임, 그리고 삼각관계까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무파사와 타카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외양만 동물일 뿐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인간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던 형제에서 원수가 되는 무파사와 타카의 감정 변화가 세심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됐다. 무에서 유를 이룬 무파사에겐 경이를, 모든 것을 잃어버린 타카에겐 동정심이 생길 것. 동성애 성향을 가진 빈민가 흑인 소년의 섬세한 내면 묘사가 돋보였던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배리 젠킨스 감독의 강점이 잘 발휘됐다.
키로스 무리의 추적을 피해 약속의 땅으로 가는 무파사 일행의 여정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액션 연출도 훌륭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사자들의 싸움을 보며 박진감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어딘가 이질감이 들 수 있는 ‘CG 동물’의 단점을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가렸다. 실제 동물들 생김새가 거기서 거기다 보니 주요 캐릭터 외엔 구별이 쉽지 않다는 단점은 여전하지만,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은 거의 사라졌다.
다수의 디즈니 영화 음악을 만들고, 뮤지컬 ‘해밀턴’으로 성공신화를 쓴 린-마누엘 미란다가 음악을 맡았다. 어린 타카와 무파사가 부르는 ‘난 항상 형제가 있으면 했어’(I Always Wanted A Brother)는 훗날 갈라서게 되는 이들의 운명을 아는 관객이라면 신나면서도 가슴이 찡해질 것이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노래가 뜸해지며 부족하단 인상을 준다. 라피키가 무파사의 손녀이자 심바의 딸 키아라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티몬과 품바가 감초 역할을 한다. 팝가수 비욘세가 심바의 아내 날라로 특별 출연했고, 그녀의 딸인 블루 아이비 카터가 키아라 목소리를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