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왼쪽), 우민호 감독 / 사진=스타뉴스 DB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커다란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이 총성은 한 남자에 의한 것이었고, 그것은 자신의 안위는 철저히 배제한 행위였다. 총을 든 건 안중근이라는 한 사람이었지만, 그것은 대한민국의 생동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일본 정치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역사적 순간이 영화화되어 12월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이다. '하얼빈'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하얼빈'은 역사의 한 줄기를 담은 영화이지만, 현 시기에 그 함의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45년 만에 선포한 비상계엄령으로 인해 국민들은 거리로 뛰어나왔다.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하얼빈'을 관통하는 이야기도 이것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현빈, 이동욱,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등 출연 배우들이 18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관련해 이야기했다.
우민호 감독은 현 시국을 이야기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다. 우 감독은 "그간 제 작품은 악인을 다루고 현대사를 비판하는 영화들이었다. 처음으로 조국을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 안중근 의사는 저격 사건 당시 30대였고 그와 뜻을 같이했던 독립군들의 나이도 그랬다"라며 "그 젊은 분들이 그렇게 헌신할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이 죄송스럽다. 저는 '하얼빈'이 관객분들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비록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하얼빈'에서 안중근과 동지들이 어떤 힘든 역경에도 한발 한발 신념을 가지고 나아갔더니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지금 또한 힘을 모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고 분명히 믿어 의심치 않는다."(현빈)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여정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행동에 옮기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그런 분들께 동지 같고 기도와도 같은 영화가 되길 바란다"(조우진)
"'빛을 되찾는다'라는 의미의 광복이라는 단어처럼 '하얼빈'에 함께했던 독립 투사들은 엎어지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지금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을 국민분들과 함께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저희 영화도 더 큰 뜻을 품고 민주주의에 보탬이 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염원하겠다."(전여빈)
"영화 오프닝 장면에서 안중근(현빈) 의사가 언제 깨질지 모를 언 강을 걷는 장면만 봐도 한 걸음 내딛기 힘든 요즘 많은 분께 다시 걸음을 디딜 수 있게 하는 영화가 될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박훈)
유재명이 나지막이 덧붙인 말은 현재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간 이유의 사명을 느끼게 했다.
"'하얼빈'을 촬영하면서 실제로 그 시절에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뛰고 울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와 그때의 그분들이 시간이라는 진리에 의해 연결되어 있고, 앞으로 다음 세대들도 지금의 우리와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느꼈다."
'하얼빈'은 오는 24일 개봉한다.